건축가, 의사, 신으로 불린 이모텝 이야기

기원전 27세기 이집트, 제3왕조의 조세르 왕 치하에서 활동한 한 인물이 있었습니다. 그의 이름은 이모텝. 고대 이집트 역사에서 그는 단순한 재상이나 관료를 넘어 건축, 의학, 철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빛나는 업적을 남기며 후대에까지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모텝은 고대 이집트 최초로 돌을 사용한 건축물인 조세르의 계단식 피라미드를 설계한 건축가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기존의 묘지 형태였던 마스타바를 발전시켜, 층층이 쌓아 올리는 계단식 구조를 만들어 냈습니다.

이는 이후 피라미드 건축의 기초가 되었으며, 고대 건축학의 기념비적인 업적으로 평가받습니다. 이 피라미드는 단순한 왕릉이 아니라, 이집트 건축의 전환점을 상징하는 혁신이었습니다.

이모텝은 건축뿐 아니라 의술에서도 탁월한 재능을 보였습니다. 당시의 기록에 따르면, 그는 병의 원인을 신의 저주가 아닌 자연적 원인으로 설명하려 했으며, 환자의 증상을 체계적으로 기록하는 방식도 도입했습니다.

이러한 혁신적 접근은 고대 이집트 의학이 단순한 신앙적 치유에서 과학적 연구로 나아가도록 하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이모텝의 업적은 사후에도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는 학문과 의술의 신으로 신격화되었으며, 멤피스의 주요 신 네페르툼과 동일시되기도 했습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이모텝을 의술의 신 아스클레피오스와 동일시하며, 그의 이름은 이집트를 넘어 서구 문화에도 전해졌습니다.

오늘날 이모텝이라는 이름은 고대 이집트의 전설적인 학자보다 영화 '미이라' 시리즈의 악역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영화에서는 그를 세티 1세 시대의 제사장으로 묘사하며 금지된 사랑과 저주받은 미라라는 극적인 설정을 더했습니다.

이러한 묘사는 흥미롭지만, 실제 역사 속 이모텝의 위대한 업적과는 거리가 멉니다.

이모텝은 단순한 재상을 넘어 고대 이집트 문명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천재였습니다. 그의 건축은 피라미드 건축의 시발점이 되었고, 그의 의술은 인간의 몸에 대한 이해를 확장시키는 데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