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사 5

선비족의 제국 후연, 고구려와 충돌하다

중국 대륙이 혼란에 빠졌던 오호십육국 시대, 전진(前秦)의 몰락 이후 북방은 수많은 이민족 정권들이 흥망을 거듭하는 시기로 접어듭니다. 이때, 몰락한 전연(前燕)의 왕족이었던 모용수(慕容垂)가 다시 일어섭니다. 그는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연(燕)’이라는 국호를 다시 들고 나서며, 384년 후연(後燕)을 세웁니다.모용수는 본래 전진의 황제 부견 휘하에서 복무했던 뛰어난 장수였습니다. 그러나 383년 비수대전에서 전진이 대패하자, 혼란한 정세를 틈타 하북 지역으로 진출해 독자적인 세력을 구축하였고, 중산(中山)을 수도로 삼아 즉위하게 됩니다. 이 국가는 국호는 '연'이지만, 앞서 존재했던 전연과 구분하기 위해 후세 사람들이 ‘후연’이라 부르게 되었습니다.초기의 후연은 강력한 군사력과 행정력을 바탕으로..

중국사 2025.04.09

중원의 북방문, 연나라의 부상과 고조선과의 충돌

기원전 11세기부터 시작되어 전국 시대를 거쳐 진나라에 의해 멸망하기까지, 중국 북방의 강국이었던 연나라(燕)는 단순한 제후국 이상의 존재였다. 오늘날의 베이징 일대에 뿌리를 둔 이 나라는 고조선과의 접경지로서, 문명과 야만, 중원과 변방이 만나는 가장 치열한 경계선에 자리잡고 있었다. 연나라의 역사는 단지 하나의 나라가 생겨나고 사라진 것이 아니라, 동아시아의 역학 구도 속에서 북방 민족, 고조선, 그리고 중국 중심부 사이의 긴장과 균형을 보여주는 장대한 서사였다.북방의 요충지에서 전국 칠웅으로연나라는 원래 주나라의 제후국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춘추 시대를 지나면서 이 작은 북방 국가는 점차 강력한 군사적 존재감을 키워나갔고, 마침내 전국 칠웅의 일원으로 자리 잡는다. 특히 연 소왕(昭王)의 치세는 연..

중국사 2025.03.28

북위, 북방 기마 민족의 제국이 되다

중국의 역사에서 북방 민족이 한족을 지배한 사례는 많았지만, 그중에서도 북위(北魏)는 가장 강력한 제국 중 하나였다. 386년에 선비족(鮮卑族) 탁발부(拓跋部)가 세운 북위는 혼란스러웠던 오호십육국 시대를 종식시키고, 이후 남북조 시대의 서막을 열었다. 이들은 단순한 유목 국가가 아니라 한화(漢化) 정책을 통해 중국식 통치 체제를 정착시키며 화북 지역을 통일했다.선비족의 등장과 북위의 건국북위의 창시자인 도무제(道武帝, 탁발규 拓跋珪)는 386년 후연(後燕)을 무너뜨리고 자신을 황제로 선포했다. 그는 군사력을 바탕으로 주변 부족들을 통합하며 강력한 국가 기반을 다졌다. 398년에는 수도를 평성(平城, 현재의 산서성 대동)으로 옮겨 북방 지배를 더욱 강화했다.북위는 초기에 기마 전술과 강력한 군사력으로 북..

중국사 2025.03.22

진나라를 무너뜨린 환관, 조고(趙高) – 지록위마의 교훈

진나라의 몰락을 이야기할 때 환관 조고(趙高)의 이름은 결코 빠질 수 없다. 그는 단순한 궁정 관료가 아니라, 진나라 멸망의 결정적 원인이 된 간신이자 권력의 화신이었다. 그의 손길이 닿은 순간, 진시황의 강력한 제국은 무너지는 운명을 맞이했다.조고, 환관이 되다조고는 원래 조나라 왕족 출신이었다. 그러나 조나라가 진나라에 멸망당하며 그의 가문은 몰락했고, 그는 환관으로 삶을 이어가야 했다. 하지만 단순한 환관에 머물지 않았다. 그는 법률과 행정에 능했으며, 특히 진시황의 막내아들 호해(胡亥)의 스승으로서 신임을 얻었다. 조고의 진정한 야망은 이때부터 꿈틀대기 시작했다.진시황의 죽음과 조고의 음모기원전 210년, 진시황이 순행 중 사망하자 조고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그는 승상 이사(李斯)와 공모하여 ..

중국사 2025.02.10

진나라, 중국 통일의 시작과 몰락

중국 역사를 논할 때 진(秦)나라는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기원전 221년, 진왕 정(政)이 전국 시대를 종결짓고 중국을 최초로 통일하며 '시황제(始皇帝)'라는 칭호를 사용한 순간, 중국 역사의 새로운 장이 열렸다. 그러나 찬란했던 시작과는 달리, 불과 15년 만에 멸망의 길을 걸으며 짧지만 강렬한 흔적을 남긴 왕조였다.진나라의 기원과 성장진나라의 기원은 주나라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원전 9세기경, 주나라 효왕은 비자(非子)라는 인물에게 말을 기르게 했고, 그의 공로를 인정해 진 땅에 봉했다. 이후 진나라는 서쪽 변경에서 힘을 키우며 전국 시대에 이르러 강대국으로 성장했다. 특히, 기원전 4세기경 진 효공(孝公)은 상앙(商鞅)의 변법을 도입하여 법치주의를 확립하고 신분제 개혁을 단행했다. 이..

중국사 2025.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