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2년, 중국 대륙의 강국 수나라. 황제 양제는 고구려 정벌을 위해 113만에 달하는 대군을 편성합니다. 이것은 단순한 전쟁이 아니었습니다. 대륙의 패권을 쥐고자 한 제국의 의지, 그리고 작은 나라 하나쯤은 단숨에 무너뜨릴 수 있다는 오만이 뒤섞인 침공이었습니다.
수나라 군은 탁군을 출발해 요동을 거쳐 평양을 향해 전진합니다. 그 중 30만 명은 평양을 직접 공격하기 위한 별동대로 빠르게 진군했지만, 그 앞에 거대한 장벽처럼 서 있는 이가 있었습니다. 바로 고구려의 명장, 을지문덕입니다.
을지문덕의 '지연전술', 적을 지치게 하다
을지문덕은 정면 승부를 피했습니다. 그는 수나라 군이 익숙하지 않은 지형 속에서 병참과 보급에 차질을 겪게 만들며, 계속된 야습과 교란으로 적을 지치게 했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에 수나라 군에게 시 한 수를 보냅니다. “신출귀몰(神出鬼沒)한 전술, 나날이 이겼지만, 더 싸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것은 명백한 ‘심리전’이자 ‘철수 유도’였고, 양제의 부대는 결국 퇴각을 시작합니다.
살수에서의 기습, 수나라 군의 몰락
퇴각하는 수나라 군이 지나야 할 마지막 관문은 바로 ‘살수(薩水)’였습니다. 전통적으로 오늘날의 청천강으로 비교 추정되는 이 강은 그 당시 수량이 불어나 매우 위험한 상황이었습니다.
을지문덕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퇴각 중 경계가 무너진 수나라 군을 살수에서 기습한 것입니다. 물살은 거세고, 화살은 빗발치듯 쏟아졌습니다. 강을 건너려던 30만의 수군 중 살아 돌아간 병사는 불과 2,700명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살수대첩의 의미, 그리고 살아있는 전략
살수대첩은 단순한 전투의 승리가 아닙니다. 압도적인 병력, 자만에 찬 제국을 상대로 한 ‘지혜’의 승리였고, 고구려가 보여준 전략적 방어의 결정체였습니다.
을지문덕 장군은 병력보다 정보, 속도보다 전략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몸소 보여주었습니다. 그의 이름은 지금도 조국을 지킨 장수로서, 그리고 적을 무너뜨린 책략가로서 기억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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