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고구려 최후의 그림자, 연남생

과거로의 초대 2025. 4. 25. 05:27

634년, 고구려의 막강한 권력자 연개소문에게는 장남이 있었습니다. 이름은 연남생(淵男生). 훗날 그는 아버지의 뒤를 이으려 했지만, 그가 맞닥뜨린 현실은 권력과 피의 전쟁이었습니다.

아버지의 죽음, 그리고 권력의 공백

연개소문이 사망하자 고구려의 최고 권력 자리인 '대막리지'는 장남 연남생에게로 넘어갔습니다.그러나 두 동생, 연남건과 연남산은 형의 권력 장악에 불복했고, 고구려는 순식간에 형제간 내전 상태로 접어들었습니다.

연남생의 아들 연헌충은 동생들의 습격으로 목숨을 잃습니다. 권력은 피를 부르기 시작했고, 연남생은 결국 국내성을 떠나 도망치는 처지가 됩니다. 그는 자신을 몰아낸 고구려를 뒤로한 채, 적국 당나라의 문을 두드리게 됩니다.

애니스타일의 고구려 장군 복장을 한 연남생이 당나라 병력 앞에서 지도를 가리키는 장면

고구려를 향한 칼끝, 연남생

연남생은 당나라에 투항하여 고구려 정벌을 돕겠다고 나섭니다. 그는 당의 장수 이적과 함께 고구려 정벌군의 선봉에 서며, 자신이 떠나온 조국을 향해 칼을 겨누게 됩니다. 그리고 668년, 평양성이 함락되고 고구려는 역사 속으로 사라집니다.

고구려 멸망 후 연남생은 당나라로부터 요동대도독, 현도군공 등 화려한 작위를 받으며 안동도호부에 머뭅니다. 하지만 고구려를 배신하고 멸망에 일조했다는 그의 행적은 후대에 크나큰 오명을 남기고, 679년, 그는 조용히 눈을 감습니다.

그는 배신자인가, 시대의 희생자인가

연남생은 고구려를 배신하고 당에 협력한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단지 개인의 야심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피할 수 없는 시대의 소용돌이 속에서 선택한 생존이었는지는 여전히 논쟁의 여지가 있습니다.

그의 선택은 고구려 멸망이라는 비극으로 이어졌지만, 그 역시 고구려라는 거대한 나라가 몰락해가는 모습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고통받는 한 사람의 인간이었습니다.